2018-11-06
더 즐겁고 다 행복한
디자인으로 친근하게 소통하기
[사람과 사람 : 예술가의 밥그릇]
#디자인스튜디오 #PAW #파우
#Pray_And_Wait
함경북도에서 온 동갑내기 친구의 험난하고도 드라마 같은 탈북 이야기를 듣고 그의 삶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싶어 디자인스튜디오 PAW(파우)를 시작했다는 김예림 대표. 이념과 논쟁의 영역에 감춰져 있던 통일과 탈북민에 대한 이야기가 즐겁고 인격적이며 사람 냄새 나는 문화적 소통 수단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이 생겼고, 그 소통을 위해 꺼내든 도구가 바로 디자인이었다.
기도하고 기다리며 그리는 통일 상상력
PAW는 ‘Pray And Wait’의 약자로 기도하고 기다리는 마음으로 소외되고 감춰진 목소리를 찾아 세상에 알리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 목소리의 첫 번째 주인공은 흔히 윗동네에서 왔다고 표현하는 탈북민들이었다. 탈북민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국내의 크고 작은 단체들과 손을 잡았다. 탈북민들을 위한 단체들은 300여 개에 달하지만, 이들의 활동은 젊은이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기에 부족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각 단체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미디어월로 PAW의 디자인을 적용하기로 했다. 현장에서 활동하는 단체와 일반 대중을 연결하는 형태로 방향성을 잡았다.PAW는 단체를 선정하여 단기 프로젝트 형태로 디자인 제품을 제작하고, 그 제품들의 판매 금액을 해당 단체의 발전 기금으로 전달한다. 단체와 프로젝트를 함께 기획하고 소통하면서 탈북민을 향한 공통의 고민을 다듬어가고 새로운 기회를 발견하여 홍보한다. 프로젝트의 시작부터 함께 고민하며, 정산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파트너로서 관계를 맺는다.
PAW의 다양한 협업 프로젝트
PAW는 통일에 대한 즐거운 상상력을 표현하기 위해 다양한 디자인 제품을 제작하고 협업한다.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육로로 유럽까지 달리는 지도 이미지를 담아 ‘위시 맵’이라는 손수건을 만들었고, 서울에서 백두산, 광주에서 신의주로 갈 수 있는 가상의 티켓을 만들어 스티커팩으로 제작하기도 했다. 쉽게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여행을 주제로 제품들을 기획해 온라인 판매뿐만 아니라 단체들의 답례품으로도 유통하고 있다. 한반도 평화의 날을 소망하는 ‘위시 백’은 호랑이, 무궁화, DMZ의 멸종위기 동물, 산맥 등 4가지의 한반도 일러스트가 프린트된 숄더백이다. 기존의 한반도에 대한 정치적이고 딱딱한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밝고 경쾌한 일러스트를 활용했다. 크라우드펀딩으로 진행했는데 펀딩 목표액의 300%를 넘어서며 성황리에 마감됐다.또 탈북민 대안학교 ‘하늘꿈학교’의 영어통일캠프와 협업하여, 아트 클래스를 기획했다. 탈북민들 스스로 고향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아주는 클래스였다. 지도에 태어난 곳, 현재 살고 있는 곳, 앞으로 살고 싶은 곳을 표시하고 선으로 연결하며 서로의 이야기를 꺼내도록 했다. 이 수업은 탈북민 어린이들이 다니는 일반 초등학교의 방과 후 수업으로도 진행됐다.중국 접경 지역에서 인신매매를 당해 중국에 거주하는 여성들과 관련된 단체도 만났다. 그 여성들이 직접 만든 조청 선물세트 패키지를 디자인하고 펀딩을 진행하는 명절맞이 기부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신분이 불확실해 경제활동에 늘 어려움이 있었던 그들에게 집에서 만들 수 있는 조청으로 경제적인 도움을 주는 나름의 성과를 냈다. DMZ 여행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단체와도 협업해 팔찌를 디자인했는데, 이는 크라우드펀딩으로 10월 말부터 진행 중이다.
하늘꿈학교 영어통일캠프
말랑말랑하게 접근하기
PAW는 앞으로도 탈북민과 통일에 관심을 갖고 애쓰는 주변 사람들과 손잡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할 것이다. 탈북민을 직접 지원하는 NGO 단체와 재단, 탈북민 대안학교, 탈북민이 대표로 있는 기업, 통일에 대해 연구하는 비영리 단체, 소소하게 꿈을 꾸기 시작한 개인 등 위치는 다르지만 같은 방향을 향해 걷고 있는 이들과 협력하고자 한다. 12월 코엑스에서 열리는 서울디자인페스티벌에도 참여해 더욱 다양한 통일 상상력을 전시하고 대중과 소통할 예정이다. 탈북민과 통일 이슈에 말랑말랑하게 접근해 대중에게 신선하게 다가서는 즐거운 시도들이 더 많아지길 바란다.
탈북민 여성들이 직접 만든 조청의 패키지 디자인을 진행했다.
글 사진 제공 김예림 디자인스튜디오 PAW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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